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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등산학교 명강사의 족집게 강좌] 초급 빙벽테크닉 - 유성원

깍두기의산사랑 2015. 1. 20. 20:07
 
[등산학교 명강사의 족집게 강좌] 초급 빙벽테크닉 - 유성원

빙벽등반을 시작하는 사람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안전이다.

 

빙벽등반 인구가 늘어난 요즘, 익스트림 등반이 대세가 되면서 위험한 등반을 하는 이들이 많다. 요즘 빙장에서의 등반 모습을 보면 초급자들이 고급자 등반을 모방하는 게 전반적인 추세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상당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초보자가 손목걸이를 안 쓰고 등반을 하다가 아이스바일을 떨어뜨리는 사고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사고는 본인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동료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기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 1. 아이젠 착용 전.2. 아이젠 착용 후. 고리를 통과시킨 끈을 앞쪽으로 잡아당겨 마무리한다.
빙벽등반을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선 등반의 기초를 밟아가며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등반을 잘하는지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즐거운 등반을 하는 것이다.

▲ 올 포인팅 아이젠 워킹. 체중을 실어 날들이 지면에 다 박히도록 딛는다.
기본 중의 기본 올 포인팅

빙벽에 입문한 사람이 맨 처음 배워야 할 것은 걸음마다. 즉 아이젠 워킹을 익혀야 한다. 위로 올라가는 법이 아닌 평지에서 걷는 법을 왜 배워야 하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빙벽화에 아이젠을 착용하고 걸을 때 아이젠 발톱이 바지에 걸리거나 신발 끈에 걸려 넘어질 위험이 매우 높다. 또 평지에서의 올 포인팅을 익혀야만 빙벽에서의 키킹(Kicking)을 잘 쓸 수 있다.

올 포인팅(All pointing)이란 아이젠에 체중을 실어 여러 개의 발톱이 동시에 지면에 박히도록 딛는 것을 말하며 빙벽등반 입문시 제일 처음 배워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설악산 토왕성빙폭을 갈 때 얼어 있는 골짜기에서 빙벽 하단까지 아이젠을 신고 어프로치해야 한다. 이때도 올 포인팅이 필요하다. 아이젠의 일부 날을 사용해서 걷는 게 아니라 발 전체로 디뎌야 안전한 워킹이 가능하다.

올 포인팅은 고산등반시에도 많이 사용되는 기본이기에 몸에 익혀둬야 한다. 고난도 등반시 버섯 형태의 얼음에 오를 때에도 올 포인팅을 익혀 놓았다면 편할 것이다. 등반에서 발을 잘 쓴다는 얘기는 등반을 잘한다는 뜻이며 편하게 등반을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아이젠을 신고 걷는 데 수월해지면 등반도 자유로워진다. 그만큼 평지에서의 아이젠 워크를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
▲ 1. 뒤꿈치가 올라간 잘못된 키킹 자세. 2. 뒤꿈치를 수평으로 한 올바른 키킹 자세.
프런트 포인팅을 몸에 익혀라

빙벽에선 암벽보다 체력이 50% 이상 더 소모된다. 그러므로 체력 소모를 최소로 한 효율적인 등반이 중요하다. 이때 발을 잘 쓰면 상체 힘을 덜 쓰게 되고, 발을 믿기 시작하면서 더 자유로운 등반을 할 수 있다. 즉 발 자세, 키킹 동작이 중요한 것이다. 수직 빙벽에서 기본이 되는 발기술이 프런트 포인팅(Front pointing)이다.

프런트 포인팅의 기본 개념은 발모양은 11자로, 뒤꿈치를 내린다는 느낌으로 킥하는 것이다. 이때 발뒤꿈치가 들리면 등산화 앞코 부분이 얼음에 먼저 닿게 돼 잘 박히지 않고, 체중을 싣고 서 있을 때도 뒤꿈치가 들리면 프런트가 얼음에서 빠질 수 있다. 초보자는 프런트 포인팅으로 체중을 싣는 연습을 확실히 해둬야 빙벽에서 초보 딱지를 뗄 수 있다. 발을 믿기 위해서 프런트 포인팅 연습은 꼭 필요하다. 초보일수록 딛는 게 아니라 키킹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 프런트 포인팅 연속 동작. 발 폭을 좁게 해서 키킹을 서너 번으로 나눠 올라가야 한다.
프런트 포인팅은 특정 근육을 많이 쓰기 때문에 금방 근육에 피로가 온다. 그러므로 빙벽등반을 위해선 평소 체력단련이 돼 있어야 한다.

이 근육 피로도를 낮추는 방법이 스리 어클락(three o,clock) 자세다. 스리 어클락 자세를 취하면 한 발은 쉴 수 있다. 이러한 훈련 속에서 한 발에 체중을 실을 수 있도록 진화한 기술이 N바디라 할 수 있다.

▲ 스리 어클락 자세. 한 발은 쉴 수 있다.
얼음의 질에 따라 키킹도 여러 번 찍어야 잘 박히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빙벽등반은 다양한 등반 경험이 중요하다. 시기와 날씨, 지역에 따라 빙질이 다르다. 발 쓰는 동작은 쉬운 경사에서는 발을 많이 올려도 되지만 어려운 데서는 발을 나눠서 올려야 한다. 가파른 곳에서 한 번에 발을 많이 올리면, 일어설 때 상체 움직임이 커져 바일이 움직일 수 있어 좋지 않다. 빙질과 난이도에 따라 스텝을 달리해야 한다.

▶초보를 위한 빙벽화 선택 요령

빙벽화는 과거에는 보온성이나 원정등반을 생각해 사이즈가 넉넉한 것을 구입했다. 그러나 요즘은 빙벽 전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자기 발에 맞는 걸 산다. 신었을 때 암벽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타이트한 느낌이 드는 신발이 좋다. 그래야만 키킹하고 일어설 때 뒤꿈치가 들리지 않는다.

X바디

빙벽에 갓 입문한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세다. 초보자가 자세를 익힐 때는 빙벽을 빨리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자세를 익히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X바디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바일 타격 지점이 양 어깨 바깥쪽으로 많이 벗어난 경우 바일 하나를 빼어 옮겨 찍으려 할 때 밸런스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깨 폭 안쪽으로 바일을 찍으면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 잘못된 X바디 자세. 어깨보다 팔이 넓어 스윙시 몸이 뒤로 돌아가 균형을 잃게 된다.(오른쪽)
X바디는 자기 어깨 폭 안에서 찍어 오르는 게 중요하며, 키킹해 올라갈 때는 팔꿈치를 편 상태로(팔 힘이 아니라 뼈로 버틴다는 마음으로) 엉덩이를 충분히 뒤로 빼고 킥할 자리를 보면서 서너 번에 나눠 킥하고 일어설 때는 다릿심으로 올라선다.

초보자라고 해서 X바디가 쉽고 N바디가 어렵진 않다. 궁극적으로는 X바디와 N바디를 다 구사해야 한다. 달리 말해 빙벽도 암벽등반에서처럼 다양한 동작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동작을 익히면, 이론적인 것은 다 잊어버리고 그 빙벽에 맞는 가장 편안한 자세로 오르면 된다.

 

▶ X바디 순서

1 어깨 넓이를 벗어나지 않게 바일을 박는다.
2 팔꿈치를 편 상태로 엉덩이를 뒤로 빼고 디딜 곳을 보면서 프런트 포인팅으로 서너 번에 나눠 오른다.
3 스텝을 안정시키고 다릿심으로 일어선다.
4 옮길 곳을 확인하고 바일을 빼서 박는다.
▲ 올바른 X바디 연속동작.
스윙 요령

바일은 손잡이 끝부분을 잡고 가볍게 감아쥐듯이 해야 한다. 바일의 형태(피크 모양, 샤프트 형태)에 따라 스윙 요령은 달라지지만, 최근 장비를 기준으로 논한다면 스윙할 때는 손잡이 부분이 먼저 움직이고 피크가 따라 간다는 느낌으로 위에서 아래로 스윙해야 잘 박힌다.

옛날 바일처럼 힘으로 때려 박으면 바일이 튕겨 나간다. 그러므로 스윙할 때는 회전의 축인 손목이 먼저 얼음에 다가가면서 휘둘러야 관성에 의해 잘 박힌다.

얼음에도 잘 박히는 부위가 있다. 고드름과 고드름 사이에 뭉쳐 있는 부분이 잘 박힌다. 버섯 모양의 얼음은 안쪽을 훌치듯 스윙하는 게 요령이다. 가장 좋은 것은 누가 찍어 놓은 자리다. 평평한 청빙은 찍으면 깨져 낙빙이 생기기 쉬우므로 흠집을 내어 찍는다. 이를 V커팅이라고 한다.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두 번 쳐서 V자 모양으로 흠집을 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장갑의 선택

빙벽등반에서 가장 고민되는 장비가 장갑이다. 두꺼운 것을 끼면 따뜻하지만 그립감이 둔해 감각이 떨어지고, 얇은 것을 끼면 손이 시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추울 때는 아무리 두꺼운 것을 껴도 시리다. 장시간 등반을 하다 보면 손에 감각이 없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때는 장갑을 낀 채로 자기 몸에 손가락을 두드리면 피가 돌아서 다시 감각이 돌아온다.

인공빙장은 낙수가 적은 편이므로 보온성은 떨어지지만 그립감이 좋은 장갑을 사용해도 큰 어려움이 없다. 반면 자연빙장에선 낙수가 많기 때문에 보온성 좋은 두꺼운 고어텍스 소재의 장갑을 끼는 게 좋다. 즉 어디서 등반하느냐에 따라 장갑의 선택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항상 여벌의 장갑을 소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의 경우 최소 3벌 이상의 장갑을 가지고 다닌다.

손목걸이의 유용함에 대해

초보자는 항상 바일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손목걸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손목걸이를 쓰면 체력 소모가 덜하다. 타격할 때만 바일을 잡아 힘을 쓰고 나머지는 손목걸이에 체중을 싣고 있으면 힘을 아낄 수 있어 상당히 편하다.
▲ 1. 아이스바일 손목걸이의 바른 착용. 2. 스윙 후에는 바일을 꽉 잡지 않고 손목걸이에 체중을 실어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팔 근육을 평소 충분히 단련한 경우엔 스크루 설치시 손목걸이를 일일이 빼야 하는 번거로움이 단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20년 넘게 빙벽등반을 한 필자도 선등으로 오를 땐 왼쪽에 손목걸이를 쓰는데, 오른손은 자유롭게 스크루를 설치하고 왼손은 손목걸이에 체중을 싣기 위해서다. 그렇게 등반하면 매우 편하다. 그러나 긍극적으로는 손목걸이 없이 양손을 자유롭게 쓰며 오버행을 등반하는 것이 클라이머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피피를 활용한 확보법

피피는 안전한 등반을 위해 쓴다. 피피의 장점은 체력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일 하나만 제대로 빙벽에 박아 놓으면 피피를 바일 고리에 걸어 매달려 쉴 수 있으며 수월하게 스크루를 설치할 수도 있다. 힘이 빠졌을 경우 피피를 활용하면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중급 이상의 등반자들도 큰 빙벽을 등반할 때는 많이 사용한다.
▲ 1. 피피를 아이스바일에 건다. 2.피피에 체중을 지탱해 두 손을 자유롭게 쓰며 스크루를 설치한다.
요즘은 익스트림 등반을 추구하는 게 흐름이다 보니 사람들이 가급적 손목걸이나 피피를 안 쓰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충분한 훈련을 했을 때는 상관이 없지만 아닐 경우에는 쓰는 것이 훨씬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다.

이퀄라이징(equalizing) 확보법

빙벽에 스크루로 확보지점을 만들 때는 수평선상이 아닌 상하좌우로 벌려 설치함으로써 충격시 얼음이 깨지더라도 확보물이 모두 파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빙질이 약하다면 조금은 떨어진 곳에 하나 더 설치해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수평선상에 나란히 가깝게 설치할 경우 충격이 가해지면 확보물이 모두 파손될 위험이 높다.
▲ 1. 잘못된 확보법. 추락해 충격이 가해질 경우 양쪽 스쿠루의 얼음이 동시에 떨어져 나갈 수 있다. 2. 잘된 이퀄라이징 확보법. 충격을 분산시켜 안전한 확보가 가능하다.
[ 족집게 강사 유성원 ]

20여 년간 한국등산학교를 지켜온 ‘까칠이’
“산만하고 덤벙대거나 등반 경험이 있다고 아는 체하는 교육생이 요주의 인물”


“산을 타는 사람들의 핏속에는 산을 타야만 하는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고 지난 시절을 얘기하는 유성원(50) 강사는 1982년 가을 인수봉을 처음 보고 가슴이 탁 막히는 걸 느꼈다. 바위에 매료된 그는 등반하여 오르고자 했고, 이듬해 에코클럽에 입회하면서 원을 풀게 됐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처음 10년은 미쳐서 산에 다녔다. 매주 산으로 쏘다녔고 1986년에는 토왕폭을 오르기에 이르렀다.

 

 

▲ 유성원 강사


한참 산에 미쳐 있던 그는 1988년 알래스카 매킨리에 도전했으나 캐신리지를 돌파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열정은 강했으나 부족한 게 많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후 그는 해외 원정을 가지 않았다.

“다른 산악인은 원정 가면 직장을 그만두고 가는데, 나는 그게 안 되더라. 가정도 있고 회사도 오래 비우기 힘들었다. 대신 우리나라의 웬만한 벽은 다 올랐다.”

유 강사가 한국등산학교 강사가 된 것은 1990년. 지금은 현역 강사들 중 고참급에 속한다. 그러나 교육생들 앞에 서면 눈에 불을 켜는 무서운 강사다. 집단교육 방식이기에 절대 집중하도록 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런 그의 별명은 ‘까칠이’다.

“산만하고 덤벙대거나 조금 등반 경험이 있다고 아는 체하는 교육생들을 주의해서 지켜봅니다. 사고 나기 십상이거든요. 남자들은 과시욕이 있어서 빨리 올라가려고 하는데 교육생 입장에서는 차분하게 올바른 동작으로 등반하는 게 교육성과면에선 더 낫습니다.”

그러나 등반은 남에게서 배우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배움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등반에 있어 유 강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안전이다. 등반하다 다치는 사람을 보면 잠깐의 실수로 1~2년을 치료와 트레이닝에 매달려서야 겨우 예전 몸으로 회복하는 걸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등반을 즐기기 위해선 추락했을 때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안전하게 하는 것이 등반을 잘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월간산/ 정리 신준범 기자 | 사진 이상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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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ilkroad
글쓴이 : ♧실크로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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